전주시립예술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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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소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공연일자 2023-07-14 ~ 2023-07-15
공연시간 14일(금) 19:30 15일(토) 15시
공연문의 063-274-8641
관 람 료 R석 10,000원 S석 7,000원 A석 5,000원
극의 내용

끔찍한 기억을 안고 떠난 고향 전주.
유진이 마지막이란 결심으로 고향을 찾는다.
뜻밖에 운명처럼 다가온 사랑.
그러나 6.25 전쟁이 가로막는다.
사랑이 폐허가 된 자리에서 꽃이 필 수 있을까?


로그라인
● 운명적인 사랑이 폐허가 된 자리에서 꽃이 필 수 있을까?
● 사랑이 폐허가 된 자리에서 맺힌 아름다운 열매



시놉시스

<서곡>

한 아이가 언덕에서 허공에 제기를 차올리고 있다. 먼 곳에서 다가오는 탱크 따위는 아무 관심 없는 듯 무심하다. 아름다운 노을 위로 엷게 어둠이 내리는데, 아이의 눈에는 공중에 뜬 제기만 들어온다.

<1막>

1950년 전주. 기차역에 군복 차림의 유진이 나타난다. 그는 10년 만에 활기차게 달라진 고향의 분위기를 보며 잠시 감상에 젖는다. 그가 주변을 돌아보며 잠시 방심한 사이, 어린 소년 미균이 그의 배낭을 낚아채 도망친다. 소년을 따라가 잡은 유진은 미균이 몹시 굶주렸다는 걸 알고 함께 식당으로 향한다. 그는 식당에서 조리사로 일하던 미균의 누이 미나를 처음 보고 그녀의 아름다움에 매료된다. 미나가 유진 부모의 제사음식을 차려주면서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군대에 복귀한 후 계속 주고받던 미나의 편지가 끊어지자 유진은 식당으로 찾아간다. 유진은 미균에게서 미나가 숙모가 박수무당에게 진 빚을 대신 갚아줄 늙은 영감에게 시집가게 되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는다. 유진은 미나를 인질로 잡고 있는 박수를 찾아가지만, 그는 영감 대신 돈을 가져오면 풀어주겠다고 한다.
비참한 현실을 깨닫고 정처 없이 걷던 유진은 저도 모르게 옛 고향 집 앞에 다다라 아버지와의 추억을 떠올린다. 그는 아버지와 어릴 때 한 약속을 지키려고 오랫동안 모아 온 대학 학자금을 박수무당에게 주고 미나와 재회한다.
유진은 미나와 함께 깨끗한 교복 차림에 책가방을 멘 미균이 학교로 들어가는 것을 대견하게 지켜본 후, 한 달 후에 돌아올 것을 약속하고 부대로 돌아간다. 그러나 곧 6.25 한국전쟁이 일어난다.

<2막>

남한군과 북한군의 밀고 밀리는 전투가 계속된다. 어느 날 총성이 울리고 급박한 상황이 되자 미균을 찾아 헤매던 미나는 박수무당이 부르는 소리를 듣는다. 미나는 미균의 행방을 알려준다는 말에 그를 따라갔다가 미균과 함께 쪽방에 갇힌다. 혼란 중에 미나를 찾아간 유진은 뜻을 이루지 못하고 복귀한다.
도시는 폐허가 되고, 거리에는 시신이 즐비하다. 박수무당은 미나와 미균을 데리고 한 폐가에 들어갔다가 미나와 결혼시키려던 영감의 시신을 발견한다. 박수는 영감이 죽었으니 이제 미나는 자기 것이라며 낄낄댄다. 이때 북한군 병사들이 나타나 박수와 미나 남매를 끌고 간다.
북한군 진지의 감방에 갇힌 미나에게 병사가 한복으로 갈아입으라고 한다. 미나는 부대 대장에게 끌려가게 되었다는 것을 알고 서럽게 운다. 이때 미균이 나타나 감방문을 열어준다. 남매는 옆방에 갇힌 박수는 버려두고 탈출한다. 두 사람은 숲속으로 도망치다 남한 군인들의 제지를 받고 멈춰 선다. 이때 덤불에 매복해 있던 유진이 나타나고, 두 사람은 감격적인 포옹을 한다.
미나를 만나 특별휴가를 받은 유진은 이틀 동안 미나와 꿈같은 시간을 보낸다. 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리고 미래에 자기들이 만들 가정을 상상하며 행복해한다. 유진은 복귀하면서 봄이면 제대하고 돌아올 것이라고 약속한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유진이 돌아올 날만을 기다리던 미나는 갑자기 바닥에 쓰러진다. 병원에서 의식을 찾은 미나는 자신이 임신했다는 말을 듣고 충격에 빠진다. 그리고 만에 하나 아이 아버지에게 불행한 일이 닥치면 입양을 주선하겠다는 선교사의 말에 화를 낸다. 미나는 유진은 반드시 돌아올 것이며, 어떤 경우에도 아이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히 말한다.
유진과 함께 불렀던 노래를 나직이 읊조리며 걷던 미나는 저만치서 유진과 닮은 군인이 걸어가는 것을 보고 빠르게 쫓아가다가 그가 돌아서자 실망한다. 그녀는 얼마 안 남은 유진의 귀환을 손꼽아 기다리며 집으로 향한다.
집에 도착한 미나는 오싹할 정도로 끔찍한 박수무당의 목소리에 얼굴의 핏기가 사라진다. 박수는 미나를 구석으로 몰아넣고 아이와 미나의 운명은 자기 손에 달렸다며 겁박한다. 미나가 공포에 떨고 있을 때 선교사가 한 병사와 나타나 박수를 쳐서 쓰러뜨린다.
선교사의 집으로 피신해 안정을 취한 미나는 선교사가 병사와 함께 미나의 집에 왔었던 이유를 묻는다. 선교사는 그저 안부 겸 갔었다고 말한다. 미나가 유진을 생각하고 있을 때 병사가 들어와 탁자에 서류 봉투를 놓고 나간다. 미나가 봉투를 집어 들자 막이 내린다.

<3막>

1976년 봄. 몰라보게 변한 전주의 기차역에 한 청년이 등장한다. 미나의 아들 선기다. 그는 전주의 이국적인 모습에 매혹돼 발을 떼지 못한다. 그는 입양기관을 찾아가면서 분주한 도시 소음과 주변 풍경을 즐긴다.
입양 담당자 인호는 부모를 찾고 싶어 하는 선기의 마음은 아랑곳없이 딴전만 부린다. 그는 결국 선기 생모의 과거가 밝혀질 경우, 그녀가 남편이나 가족에게 겪을 수 있는 가혹한 결과를 거론하며 정보를 알려줄 수 없다고 한다. 선기가 실망해 나가려고 할 때 인호가 미나의 식당 주소가 적힌 쪽지를 슬며시 선기 손에 쥐어준다.
선기는 자신을 포기한 생모를 찾는 것이 옳은 일인지 잠시 생각하다 용기를 내어 식당으로 향한다. 식당에 들어가 자리를 잡은 선기는 머뭇거리며 주위를 둘러보다가 도로 일어서 나가려 한다. 이때 미나가 부엌에서 나와 처음 보는 손님 선기를 친절하게 맞이한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는 순간 시간이 잠시 멈추는 것 같다. 미나는 음식을 준비하러 부엌으로 들어가다가 무슨 생각이 스쳐 지나가는 듯 잠깐 뒤돌아 선기를 쳐다본다.
미나가 차려놓은 비빔밥을 보며 선기는 문득 생전 처음 어머니의 음식을 먹는다는 걸 깨닫고 마음이 벅차 어쩔 줄 모른다. 그는 복잡한 심정으로 비빔밥을 한 숟갈 떠먹고는 감정을 추스를 수 없어 식탁 위에 음식값을 놓고 나온다. 미나는 선기가 음식을 먹지 않고 사라진 것을 보고 당황한다.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걷던 선기는 길에서 한 소년이 제기 차는 것을 발견하고 오래도록 지켜본다. 소년이 선기에게 한번 해보라고 권유하자 선기는 어릴 때부터 간직해온 제기를 꺼내 어머니가 준 것이라며 보여준다.
미국으로 돌아온 선기가 약혼녀 애라와 다음날 있을 결혼식 준비를 하고 있을 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문을 연 애라는 누군가에게서 그릇을 받아 들고 와서 결혼식에 대접할 음식으로 선기의 고향 음식인 비빔밥을 준비했다며 맛보라고 한다. 선기가 울컥하며 한 숟갈 떠먹으려 할 때 문이 열리고 미나와 어른이 된 미균, 그리고 입양기관의 인호가 들어온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몸이 굳은 선기는 천천히 일어서서 미나에게 다가간다. 그녀도 말없이 아들에게 다가간다. 미나와 얼굴을 마주한 선기는 북받치는 감정을 억누르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한다. 그때 미나가 “그래, 선기였구나”라고 하자 선기는 더 참지 못하고 미나를 끌어안는다.
몇 년 후, 미나가 선기 부부와 비무장지대 부근을 걷고 있다. 그들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가져온 꽃다발을 살며시 바닥에 내려놓는다. 아이들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본 미나는 할머니의 품을 향해 달려오는 어린 남매를 양팔을 벌려서 맞는다. 아이들의 즐거운 놀이를 지켜보는 미나와 선기 부부의 얼굴에 그들의 삶을 채우고 있는 가족의 끈끈한 사랑이 묻어난다.
선기와 애라는 두 자녀와 하늘이 따스한 빛깔로 물드는 그림 같은 해변에 서 있다. 선기는 아이들에게 제기를 건네고 같이 놀기 시작한다. 그들의 제기가 우아하게 공중으로 떠오른다.